여가/러닝

2014 제주국제울트라마라톤 (4.5~6, 토~일)

YoidoMaori 2014. 4. 7. 16:49

작년대회에서 비바람폭풍속에 너무 고생하고 1주일간 가벼운 폐렴까지 앓았던터라

다시는 제주울트라 참가안한다고 작정했건만,

금요일밤 제주행비행기에 앉아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작년 중도포기한 것이 살짝 분해서~~

 

 

 

 

달리기 매니아라니까 지인이 수일전 건내준 책을 비행기내에서 펼쳐보았는데,

 

무라카미 하루키

25년간(현재는 35년이겠네) 달리기 매니아라는것. (하루키책은 수권 읽었지만 달리는줄은 몰랐는데.)

그것도 나와 매우 흡사하게 달려온 것. (책쓴시점이 현재의 나와같은 달리기력 25년여, 거의매일10km씩, 주객이 전도될정도로 매니아는 아닌것.)

회고록의 내용도(적어도 나에겐) 서로 알고있는 내용을 친구가 강조하며 되새김시켜주는 이야기같아 읽는 내내 웃음지었네요.

 

결국, 너무 재미난 하루키의 회고를 다 듣고 자느라 시합전날 잠부족~

 

 

 

 

특히,  가장 강하게 공감된 부분.

 

의사인 나에게 동네분들이나, 환자분들이나, 친구나, 기타등등 사람들은 자주 물어봅니다.

" 매일 뛰시는데, 뛰면 뭐가 좋아요?"

 

질문은 간단해보이지만,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할까?  잠시 망설이게 됩니다.

질문의 속뜻을 헤아려서 대답해야하는데.....

 

대부분은 건강에 대한 답변을 해주고있지만,

그건 TV프로그램 (하도 흰가운입고 나오는 탤런트의사들이 많아서) 이나, 인터넷에서 늘상 나오는 누구나 아는대답이고.

 

 

 

질문하는 사람들중에는 이미 의학적인 장점은 다 알고있다는 느낌의 질문자도 아주많지요.

좀 더 다른 답을 원하는듯한~

"도대체 무슨 재미와 장점으로 그 긴거리를 뜁니까? 나는 테니스,골프같이 경쟁하는 운동이 좋은데....."

 

이런분에게 해주고 싶은 대답을 무라카미 하루키가 저 페이지에서 그대로 표현해주었네요.

"분노 조절"

 

 

오래달리고있는 시간동안엔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속에서 일어나고, 회고되고, 정리되지만, 

그중의 하이라이트가 이것입니다.

제가 지금껏 25년간 달려왔고, 생을 마감할때까지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을 이유이기도 합니다.

뛰고나면 어느새 분노는 사라져있고, 마음은 평온해져 있습니다.  매력적이죠?

 

 

 

 

 

 

 

 

 

 

4월5일 토요일 오전6시, 제주시 탑동공원출발.  13년째대회군요.

관측사상 처음, 3월에 서울벚꽃이 핀 따뜻하던 전국날씨가

꽃샘추위와 강풍으로 변해서 작년의 악몽을 되풀이할까 걱정했던 출발점.

 

 

 

 

 

코스지도 (50, 100, 200Km 울트라마라톤과  80Km한라산트레일런)

 

 

 

 

 

 

 

 

 

참가자의 55%가 50대. 놀랍지요?

 

 

 

 

 

 

 

 

 출발직후 제주공항옆 해안도로. 맨오른쪽이 200km출전한 김학윤선배. 저는 50km 울트라입문코스출전.

 

 

 

 

 

 

작년 비바람에 사진기가 젖어서 유일하게 단 한장 찍었던 17km 애월UFO카페거리를 다시 한번~

흐리고 앞바람 강풍이지만 작년보단 낫습니다.

 

 

 

 

 

20km 애월급수지점.

쌀쌀한 날씨에도 자원봉사 나와주신 현지주민들 정말 감사합니다.

 

 

 

 

 

애월 펜션마을

 

 

 

 

 

 

애월항으로 내려가는 언덕에 있는 이집이 10년전 제주살때, 단골집이었는데,

아마 제주에서 전복죽이 제일 맛있는 집일겁니다.

찾기도 힘들고, 유명하지도 않고, 손님도 뜨믄뜨믄 오지만, 바로 끓여주시는 전복죽. 예술입니다.

해안도로 운전하다가 보이면 한그릇씩 해보세요~

 

 

 

 

 

 

곽지로 들어갑니다.

 

 

 

 

 

곽지해수욕장 너머로 비양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작년에 포기한 29Km 귀덕해안도로 그 지점입니다. 분했던~

이번엔 웃으며 가볍게 지나갑니다. ㅎ

 

 

 

 

 

30km 귀덕 한수풀해녀학교앞의 급수대.

백설기떡을 세개나 먹었네요. 영양갱 2개와~  자! 에너지충전!  또 출발~

 

 

 

 

 

한림항

 

 

 

 

 

협재해수욕장과 비양도

 

 

 

 

 

 

 

인접한 금능해수욕장

 

 

 

 

 

40km 급수지점이 보입니다.

이제 10km만 더가면~

 

 

 

 

 

 

 

다들 묵묵히 갈길을 갑니다.

 

 

 

 

 

 

여기가 42km정도 풀코스되는 지점인데,

이제부터는 한번도 가보지않은 미지의 세계입니다.  약간 흥분됩니다.

 

 

 

 

 

45km지점.

허리,어깨,무릎,발바닥 안아픈곳이 없고

마라톤인생 가시밭길 심정으로 뛰고있는데,  옆으로 쭈욱~ 선인장 가시밭길이 펼쳐집니다. ㅋㅋ

 

 

 

 

 

 

드디어 신창 풍력발전소로 들어섭니다.

이곳만 돌아나오면 50km종료지점.

 

 

 

 

 

 

 

제주에서 출발해서 50km내내 강한 앞바람을 맞고 가려니

제주바람지긋지긋하다는 생각들고, 급변한 날씨불평불만이 내입에서는 계속 나오는데, (불평한다고 바람방향이 바뀔것도 아닌데도.....)

 

옆에서 뛰는 다른 주자들 보면 아무표정없이 묵묵히 순응하며 뛰고있습니다.  (히말라야 차마고도를 묵묵히 넘는 눈보라속 강인한 야크들같이~)

 

그들을 보면서 한없이 가벼운 자신을 반성하게됩니다.

그래, 그냥 조용히 1미터 앞만 보며 뛰는거야! 

인생도 그렇게 차근차근~

 

 

 

 

 

드디어 차귀도가 눈에 들어오고,

 

 

 

 

 

그토록 고대하던 50km골인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에겐 골인지점이지만,

100km, 200km주자에겐 또하나의 중간급수대일뿐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그들에게 갑자기 경외심이 강해졌던 순간였습니다.

(우리네 인생같습니다.  나보다 더 오랜기간, 더 힘들게, 하지만 더 꿋꿋하고 밝게 살아가는 사람들 생각에~)

 

 

 

 

 

골인지점 다다르니 힘이 더 납니다.  주최측에서 찍어주신 사진.

 

 

 

 

 

골인.

처음으로 풀코스이상을 경험했습니다.

기록원이 "남현우씨는 남자4등입니다." 합니다.  헉!  입상할뻔했네~

 

 

 

 

 

 

 

 

 

 

 

 

 

골인후 바로 이어진 시상식, 여자50km 1~3위

 

 

 

 

 

남자50km 1~3위. (3위의 프랑스인이 저보다 9분 빨리 들어왔습니다.)

마라톤시상대 오르는 대박사건이 터질뻔한 순간였습니다. ㅋㅋㅋ

 

그런데,시상대에 오른다해도 사실 별 의미는 없습니다.

왜냐고요?

제주울트라참가하는 분들은 대부분 100km이상을 뛰러 비행기타고 오기에 50km는 울트라 입문용 맛보기코스라는것.

이미 저 50km 입상자들 앞으로 100,200km 고수들 수십명들은 앞서서 지나간지 한참되었죠.

 

 

 

 

 

대회후 홈페이지에 올라온 4종목의 입상결과와 완주율 (울트라입문하는 50Km완주율이 가장낮네요 -> 122명중 25명만 제한시간내완주). 

 

100km, 한라산80Km트레일런의 1등이 모두 여자분입니다.

정말 허걱~ 입니다. 놀랐네요!!!!!

 

 

 

 

 

 

 

 

 

 

이렇게 달리기는 즐겁게 끝나고,

제주시에서 개업하고있는 대학후배가 10년만에 만난다고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합니다.

형제섬에서 아침에 낚시로 잡은 긴꼬리벵에돔 35cm짜리를 가지고온 오른쪽의 동네친구도 합석했습니다. 

 

 

 

 

 

서너시간 숙성된 긴꼬리벵에돔맛이 일품입니다. ㅎ

 

 

 

 

 

또 다른 동네친구도 합석하시고~

주거니 받거니 술이 술술 들어갑니다.

 

 

 

 

 

 

앞집 호프집으로 옮기니, 또 한분 동네형님도 오시고~

초면인데도 즐겁습니다. 이런저런 제주얘기에.....

 

3차 노래부르러 가자는거 눈이 자꾸감겨서.....다음기회로 미루고.

 

 

 

 

 

 

 

 

다음날 아침의 야속하게도 청명한 제주날씨

 

하지만, 강풍은 그칠줄모르고~

양발바닥과 허리부상이 심해서 200km출전한 선배형은 아침8시에 170km지점에서 포기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맛난 회와 술잔 돌리는 동안 밤을 세워서 거의 제주한바퀴를 다 돌았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이미 수년전 2회 200km완주경력자)

 

 

 

작년에도 그랬고, 떠날때는 좋아지는 심술궂은 제주날씨! ㅎㅎ

 

내년에 100km에 도전할까?

아직 결정 못내리긴 했지만,  이틀지난 지금 월요일 오후.....  다시 달리고싶은 충동이 듭니다.